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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오피스에서 집중하는 법

October 6, 2021

productivitycareer

우리 사무실은 전형적인 오픈 오피스다. 높이 120cm짜리 파티션으로 나뉜 책상이 길게 이어져 있고, 고개를 들면 팀원들의 모니터가 보인다. 왼쪽에는 백엔드 개발자, 오른쪽에는 디자이너, 뒤에는 PM이 앉아 있다.

입사할 때는 "소통이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6개월 후에는 "제발 집중 좀 하게 해주세요"가 됐다. 여기까지는 오픈 오피스에서 일하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비슷할 거다. 이 글은 그 다음 이야기다. 3개월 동안 6가지 전략을 순서대로 시도하면서, 실제로 집중 시간을 측정하고, 뭐가 됐고 뭐가 안 됐는지 기록한 이야기.

측정부터 했다#

뭔가를 바꾸려면 먼저 현재 상태를 알아야 한다. 9월 첫째 주, 한 주 동안 '진짜 집중한 시간'을 기록했다. 기준은 단순하다. 코드를 작성하거나 읽으면서, 외부 방해 없이 15분 이상 연속으로 작업한 시간만 센다. 슬랙 확인, 미팅, 코드 리뷰, 대화는 제외.

결과: 일주일 평균 하루 1시간 47분.

충격이었다. 회사에 9시간 있는데 진짜 집중하는 시간이 2시간이 안 된다니. 나머지 7시간은 뭘 하고 있었나? 기록을 뜯어봤다.

  • 미팅: 하루 평균 1.5시간
  • 슬랙 대화 + DM 응답: 하루 평균 1.5시간
  • 코드 리뷰: 하루 평균 45분
  • 어깨 탭 대응 (자리에서 받는 질문): 하루 평균 30분
  • 컨텍스트 전환 후 재집중 시간: 하루 평균 1시간
  • 기타 (점심, 커피, 화장실, 잡담): 하루 평균 1.5시간

마지막 줄은 어쩔 수 없다. 미팅과 코드 리뷰도 필요한 일이다. 근데 슬랙 대화, 어깨 탭, 컨텍스트 전환 비용을 합치면 하루 3시간이 '방해와 그 여파'에 소비되고 있었다. UC Irvine의 Gloria Mark 교수 연구에 따르면 업무가 중단된 후 원래 작업으로 복귀하는 데 평균 23분이 걸린다. 하루에 4~5번 중단되면, 재집중 비용만으로 1시간 이상이 날아간다. 내 기록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 데이터를 기준선으로 잡고, 매주 하나씩 전략을 바꿔가면서 집중 시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했다.

전략 1: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2주차)#

가장 먼저 시도한 건 하드웨어 교체였다. 에어팟 프로에서 소니 WH-1000XM5 오버이어 헤드폰으로 바꿨다.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은 오픈 오피스에서 부족했다. 사람 목소리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다. 오버이어로 바꾸니까 물리적으로 귀를 감싸서 패시브 차단만으로도 차이가 크고, 거기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까지 더하면 웬만한 대화 소리는 안 들린다. 가사 없는 앰비언트 음악을 틀면 거의 완벽에 가깝다.

부수 효과도 있었다. 큰 헤드폰을 쓰고 있으면 시각적 신호가 된다. "이 사람은 지금 집중하고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 인이어 이어폰은 밖에서 잘 안 보여서 이 효과가 없다. 실제로 헤드폰을 쓴 뒤로 어깨 탭이 줄었다. 대신 슬랙 DM이 온다. "시간 될 때 이거 좀 봐줄 수 있어?" 이게 훨씬 낫다. 내 타이밍에 확인할 수 있으니까.

결과: 일주일 평균 하루 2시간 12분. 기준선 대비 약 25분 증가. 나쁘지 않지만 획기적이지도 않다. 소리를 차단해도, 슬랙 알림은 화면에 뜨고,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여전하다.

전략 2: 폰부스/회의실 탈출 (3~4주차)#

사무실에 1인용 폰부스가 세 개 있다. 약 1.5m x 1.5m 크기의 방음 공간. 환기가 안 돼서 30분 이상 있으면 답답하지만, 여기 들어가서 작업하면 확실히 집중이 잘 된다. 시야에 움직이는 사람이 없고, 문을 닫으면 소리도 거의 안 들린다.

폰부스가 비어있지 않으면 빈 회의실을 잡았다. 30분~1시간짜리 예약을 걸고 혼자 들어가서 코딩했다. 좀 사치스러운 사용법이라 눈치가 보이긴 했다.

결과: 폰부스에서 작업한 날은 하루 3시간 15분. 기준선의 거의 두 배. 물리적 분리의 효과는 확실했다.

문제: 지속 불가능하다. 폰부스가 세 개뿐인데 쓰려는 사람은 많다. 매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다. 회의실도 마찬가지. 점심 전후로 회의가 몰리면 빈 회의실이 없다. 한 달에 회의실을 혼자 쓸 수 있는 날이 5~6일 정도였다. 나머지 날은 자리에서 버텨야 한다.

물리적 탈출에 의존하면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다. 자리에서도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전략 3: 슬랙 알림 끄기 (5~6주차)#

슬랙 상태를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집중할 때 상태를 "집중 모드 - 12시 이후 확인"으로 바꾸고, 알림을 전부 끈다. DM이든 채널이든 전부. 긴급한 건 전화해달라고 상태에 추가했다. 전화가 오면 진짜 급한 거고, 슬랙이면 나중에 봐도 되는 거다.

결과: 일주일 평균 하루 2시간 31분. 헤드폰만 쓸 때보다 19분 증가.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게 있다. 슬랙 알림을 끄는 게 소리를 차단하는 것보다 효과가 컸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헤드폰은 귀를 막지만, 슬랙 알림은 화면 오른쪽 하단에 뜨면서 시선을 잡아간다. 그리고 "누가 뭘 보냈지?"라는 궁금증이 생기면 안 보기가 힘들다. 알림 자체를 없애버리면 그 궁금증이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 불안감. 알림을 끄면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으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올라온다. 처음 2주는 30분마다 알림을 켜서 확인했다. 의미 없는 짓이다. 켜서 확인하는 순간 집중이 끊기니까. 3주차부터 참는 데 익숙해졌다. 2시간 동안 알림 없이 작업하고, 한 번에 모아서 확인하는 패턴이 자리 잡았다. 2시간 동안 세상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전략 4: 팀 코어 타임 (7~8주차)#

여기서 중요한 전환이 있었다. 전략 1~3은 전부 '나 혼자'의 해결책이다. 내가 헤드폰을 쓰고, 내가 자리를 피하고, 내가 알림을 끈다. 근데 방해의 원천은 '다른 사람'이다. 내가 아무리 차단해도 옆에서 모니터 너머로 "이거 잠깐만" 하면 끝이다.

스탠드업에서 제안했다. "오전 10시~12시를 팀 집중 시간으로 정하면 어떨까요? 이 시간에는 미팅 안 잡고, 급한 게 아니면 말도 안 걸기로." 이 말을 꺼내기까지 2주를 고민했다. "이런 말 하면 이기적인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다행히 팀 리드가 바로 지지했다. "좋은 생각이네. 다른 사람도 비슷한 시간을 잡으면 어때?"

팀 전체가 오전 10시~12시를 코어 타임으로 합의했다. 한 번은 다른 팀 사람이 10시 30분에 와서 말을 거는데, 옆에 있던 팀원이 "지금 코어 타임이라 좀 이따 가능할까요?"라고 대신 말해줬다. 팀이 보호해주는 느낌이었다.

결과: 일주일 평균 하루 3시간 2분. 처음으로 3시간을 넘었다. 기준선 대비 약 75분 증가. 폰부스에서 혼자 작업한 것(3시간 15분)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자리에서 냈다.

이게 가장 큰 발견이었다. 혼자 노력하는 것보다, 팀 합의가 훨씬 강력하다. "이 시간에 말을 걸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으면, 헤드폰을 안 써도 방해가 줄어든다.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자제하니까.

Derek Sivers가 쓴 글 중에 "subtract" 이야기가 있다. 무언가를 추가해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방해물을 제거하라는 철학이다. 그가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Successful people have narrow focus, protect themselves against time-wasters, and say no to almost everything." 좁은 집중, 시간 낭비 차단, 거의 모든 것에 거절.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도구를 '추가'하는 접근이다. 코어 타임은 방해를 '제거'하는 접근이다. 제거가 더 효과적이었다. Sivers의 표현을 빌리면, "No amount of adding will get me to where I want to be." 더하기로는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없다.

전략 5: 작업 진입 의식 (9~10주차)#

코어 타임이 정착되고 나서, 한 가지 더 실험했다. 물리적 환경은 어느 정도 정리됐으니, 이번에는 내 머릿속을 정리하는 시도였다.

코어 타임이 시작되는 10시에, 바로 코드를 열지 않는다. 먼저 3분 동안 종이에 적는다. "지금부터 2시간 동안 할 일" 딱 하나. "결제 페이지 에러 핸들링 구현" 같은 구체적인 문장. 그리고 그 문장을 모니터 옆에 붙인다.

이게 바보 같아 보이지만 효과가 있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목표가 명확하면 '이것도 해야 하나 저것도 해야 하나' 하는 방황이 줄어든다. 코드를 열고 "뭐부터 하지?"로 시작하면 Jira를 뒤지고 슬랙을 확인하고 PR 리뷰를 보다가 30분이 지나간다. 이미 뭘 할지 정해놓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둘째, 종이에 쓰는 행위 자체가 모드 전환 스위치 역할을 한다. "지금부터 집중 모드에 들어간다"는 신호를 뇌에 보내는 거다. 이걸 한 달 하니까, 종이를 펴는 순간 자동으로 집중 모드로 들어가는 조건 반사 비슷한 게 생겼다. James Clear의 습관 연구에서 말하는 '큐(cue)'와 같은 원리다. 특정 행동이 특정 상태를 유발하도록 반복해서 연결하는 것.

결과: 일주일 평균 하루 3시간 24분. 코어 타임만 할 때보다 22분 증가. 큰 차이는 아닌 것 같지만, 이 22분이 질적으로 달랐다. 코어 타임 2시간 중에서 처음 30분을 방황하던 게 사라지고 바로 작업에 들어가니까, 집중의 깊이가 달랐다.

전략 6: 방해 대응 프로토콜 (11~12주차)#

마지막으로 실험한 건, 방해가 들어왔을 때의 대응 방식이다. 코어 타임에도 불구하고 방해는 들어온다. 프로덕션 이슈, 급한 질문, PM의 "이거 잠깐만." 문제는 방해 자체가 아니라, 방해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였다.

이전의 나는 방해가 들어오면 즉시 응답했다. 하던 작업을 멈추고, 질문에 답하고, 다시 돌아온다. 이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Gloria Mark 연구의 23분이 소비된다.

새로운 프로토콜은 이렇다. 방해가 들어오면 즉시 응답하지 않는다. 대신 종이에 한 줄 적는다. "내가 지금 어디까지 했는지." 예를 들어 "PaymentForm.tsx 34번 줄, catch 블록 에러 메시지 분기 작성 중." 이걸 적는 데 10초. 그 다음에 질문에 응답한다.

이게 왜 효과적이냐면, 재집중의 가장 큰 비용은 "내가 어디까지 했더라?"를 떠올리는 거기 때문이다. 복잡한 상태 머신 로직을 머릿속에 구축해놓은 상태에서 끊기면, 그 상태를 처음부터 재구축해야 한다. 어떤 변수가 어떤 값을 갖고 있었는지, 어떤 분기를 타고 있었는지, 전부 다시 떠올려야 한다. 근데 한 줄만 적어놓으면, 돌아왔을 때 "아, 여기까지 했구나" 하고 바로 이어갈 수 있다.

재집중 시간이 15분에서 3~5분으로 줄었다.

결과: 일주일 평균 하루 3시간 41분. 기준선(1시간 47분) 대비 약 2시간 증가.

3개월의 데이터가 말해주는 것#

6가지 전략의 효과를 정리하면 이렇다.

전략일평균 집중 시간기준선 대비
기준선 (아무것도 안 함)1시간 47분-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2시간 12분+25분
슬랙 알림 끄기2시간 31분+44분
팀 코어 타임3시간 2분+75분
작업 진입 의식3시간 24분+97분
방해 대응 프로토콜3시간 41분+114분

놀라운 패턴이 하나 보인다. 물리적 환경을 바꾸는 것(헤드폰, 폰부스)보다 정신적 프로토콜(코어 타임, 진입 의식, 대응 프로토콜)이 훨씬 효과가 컸다. 직감적으로는 소음을 차단하면 집중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음 차단은 전체 개선의 22%(25분/114분)밖에 차지하지 않았다.

이유를 생각해봤다. 오픈 오피스에서 집중을 방해하는 건 소리만이 아니다. 시각적 움직임, 슬랙 알림, "누가 날 찾지 않을까"라는 불안, "뭐부터 하지"라는 방황, 중단 후 재집중의 비용. 이것들은 헤드폰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코어 타임은 "말 걸어도 되나?"라는 상대방의 판단을 바꿔주고, 진입 의식은 "뭐부터 하지?"를 없애주고, 대응 프로토콜은 재집중 비용을 줄여준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한 거다.

오픈 오피스의 장점도 있다#

불만만 쓰면 안 될 것 같다. 오픈 오피스가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옆자리 백엔드 개발자와 API 스펙을 논의할 때, 모니터를 돌려가며 바로 이야기할 수 있다. 디자이너에게 "여기 패딩이 12px이야 16px이야?" 하면 3초 만에 답이 온다. 피그마 코멘트 남기고 답변 기다리는 시간이 없다. 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누군가 한숨을 쉬면 "뭐 힘든 거 있어?"라고 물어볼 수 있다.

소통이 쉬운 만큼 방해도 쉽다. 이 균형을 찾는 게 핵심인데, 나는 코어 타임이라는 경계선으로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10시~12시는 집중, 나머지는 소통. 완벽하지 않지만 양쪽 모두를 살리는 타협점이다.

남은 것#

3시간 41분으로 올렸지만, 회사에 9시간 있는 것 대비 아직 41%다. 이 이상 올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팅, 코드 리뷰, 소통은 줄일 수 없는 일이고, 그것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이니까.

가끔 완전 리모트인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부럽다. "나는 하루에 5~6시간은 코딩에 쓸 수 있어"라는 말을 들으면 진심으로 부럽다. 근데 그 친구도 "집에서 혼자 일하니까 외로워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전전한다"고 한다. 코워킹 스페이스도 결국 오픈 오피스와 비슷한 환경이다. 어디서든 트레이드오프가 있다.

내일도 오전 10시에 종이를 펴고, "오늘 할 일" 한 줄을 적고, 코드를 열 거다. 1시간 47분에서 시작해서 3시간 41분까지 온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