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미팅 시간이 되면 회의실에 들어간다. 리드가 "요즘 어때?"라고 묻는다. "네, 잘 하고 있습니다. 이번 스프린트 티켓 순조롭게 진행 중이에요." 리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려운 거 있어?" "아, 딱히요."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리드가 "그럼 다음 스프린트 티켓 얘기 좀 하자"라고 한다. 30분짜리 미팅이 15분 만에 끝난다.
한동안 내 1:1은 이랬다.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30분. 캘린더에 반복 설정되어 있는데 매번 "오늘은 뭘 말하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특별히 문제가 없으면 할 말이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냥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나왔다. 그런 미팅이라면 슬랙 메시지로 대체할 수 있다.
1:1은 업무 보고 시간이 아니다
변화가 생긴 건 동기 한 명이랑 커피를 마시다가 1:1 얘기가 나왔을 때다. 동기가 말했다. "나는 1:1 때마다 리드한테 커리어 관련 질문을 하나씩 한다." 무슨 질문을 하냐고 물어봤더니 예를 들어 "시니어가 되려면 지금 제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같은 거라고.
솔직히 처음에는 그런 질문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다. "아직 주니어인데 벌써 시니어 얘기를 꺼내면 이상하지 않나?" 근데 동기 말이, 리드 입장에서는 성장에 관심 있는 팀원이 오히려 반갑다고. 매번 "별일 없습니다"로 끝나는 1:1보다는 뭔가 얘기할 거리가 있는 게 리드 입장에서도 낫다고.
그 뒤로 나는 1:1 전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일하면서 느낀 것, 궁금한 것, 고민되는 것을 노션에 짧게 적어놓고, 미팅 때 그걸 꺼냈다. 처음에는 메모가 한 줄도 없는 주가 많았다. 의식적으로 "이거 1:1 때 얘기하자" 하고 적는 습관이 들기까지 한 달 정도 걸렸다.
내가 실제로 했던 질문들
처음에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몇 가지 시행착오 끝에 나한테 효과적이었던 질문 유형을 찾았다.
피드백 요청. "최근에 제가 올린 PR 중에 개선할 부분이 있었을까요?" 이걸 처음 물어봤을 때 리드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코드 자체는 괜찮은데, PR 설명이 좀 부실할 때가 있어. 리뷰어가 맥락을 파악하려면 PR 설명이 중요한데, 가끔 제목만 있고 본문이 없더라고." 이건 슬랙이나 코드 리뷰에서는 안 나왔을 피드백이었다. 그 뒤로 PR 설명을 꼼꼼하게 쓰게 됐고, 리뷰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의사결정 과정 질문. "지난번 기술 스택 결정할 때 왜 A를 골랐는지 궁금한데요." 이런 질문을 하면 리드가 당시 고려했던 것들을 설명해준다. 트레이드오프, 팀 상황, 비즈니스 요구사항. 이런 대화에서 배우는 게 많다. 단순히 기술적인 판단이 아니라 여러 조건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커리어 방향. "프론트엔드 쪽에서 더 깊이 가려면 앞으로 뭘 공부하면 좋을까요?" 이건 좀 뻔한 질문 같지만, 실제로 리드마다 답이 다르다. 어떤 분은 성능 최적화를 강조하고, 어떤 분은 시스템 디자인 이해를 중요시한다. 그 사람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답이라 책에서 읽는 것과 다르다.
1:1에서 하면 안 되는 것
반대로 피해야 할 패턴도 있었다.
불만만 늘어놓는 것. 한 번은 팀 프로세스에 대한 불만을 1:1에서 쏟아낸 적이 있다. "스프린트 플래닝이 너무 길어요", "이 코드 왜 이렇게 되어 있는지 모르겠어요", "배포 프로세스가 불편해요". 리드가 듣고 나서 물었다. "그럼 어떻게 바꾸면 좋겠어?" 나는 대안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불편하다는 것만 말한 거다.
그 이후로는 불만이 있으면 "문제 + 내가 생각한 대안" 형태로 말하려고 한다. "배포 프로세스가 좀 복잡한데, 이 부분을 스크립트로 자동화하면 어떨까요?" 같은 식으로. 완벽한 대안이 아니어도 된다. 방향성만 있으면 대화가 건설적으로 흘러간다.
다른 팀원 뒷담화. 이건 당연한 건데 의외로 경계가 모호할 때가 있다. "A씨랑 일할 때 커뮤니케이션이 좀 어려워요"라고 말하는 건 괜찮다. 근데 "A씨가 일을 잘 안 해요"는 다른 문제다. 전자는 협업 방식에 대한 고민이고, 후자는 평가다. 리드한테 다른 팀원에 대한 평가를 하는 순간 관계가 복잡해진다.
리드도 사람이다
한 가지 더 깨달은 건, 리드도 이 1:1에서 뭔가를 얻고 싶어한다는 거다.
어느 날 1:1에서 리드가 먼저 물어봤다. "솔직히 요즘 팀 분위기 어떤 것 같아?" 처음에는 "좋은데요?"라고 답하려다가, 잠깐 생각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 최근에 배포 이후에 핫픽스가 좀 잦아서 다들 좀 지쳐 보이긴 해요." 리드가 "그렇지, 나도 그게 좀 걱정이었어"라고 했다. 그 다음 주 레트로에서 배포 프로세스 개선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리드는 팀원들이 뭘 생각하는지 알고 싶은데 직접 물어보면 솔직한 답을 듣기 어렵다는 걸 안다. 1:1은 그나마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신뢰를 깨지 않으면서도 유용한 정보를 주는 것, 그게 팀원으로서 1:1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여인 것 같다.
어려운 얘기를 꺼내는 타이밍
1:1에서 가장 어려운 건 민감한 주제를 꺼내는 거다. 연봉 얘기, 팀 이동 희망, 특정 업무에 대한 불만. 이런 건 평소에 말하기 어렵다.
한번은 특정 프로젝트에서 빠지고 싶다는 얘기를 꺼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레거시 유지보수만 3개월째 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었다. 근데 직접적으로 "이 프로젝트 하기 싫어요"라고 말하면 불성실해 보일까 봐 걱정됐다.
고민 끝에 이렇게 말했다. "현재 맡고 있는 유지보수 작업은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성장 관점에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새 프로젝트에 부분적으로라도 참여할 수 있을까요?" 리드가 바로 답을 주진 않았지만, 2주 뒤에 새 프로젝트의 일부 기능을 나한테 할당해줬다. 말하지 않았으면 계속 같은 작업만 했을 거다.
타이밍도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팀이 바쁜 시기에 "저 이 작업 안 하고 싶어요"는 타이밍이 안 좋다. 스프린트가 비교적 여유로운 시점, 또는 분기 계획을 세우기 전이 적절하다. 1:1이 정기적으로 있으니까 기다렸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꺼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매주 할 필요는 없다
우리 팀은 주 1회 1:1을 하는데, 솔직히 매주 30분 분량의 대화 거리가 있지는 않다. 어떤 주는 "특별히 할 말 없는데요"가 진짜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무리하게 대화를 끌어내지 않아도 된다. "이번 주는 괜찮아서 15분만 하고 마치겠습니다"라고 하면 리드도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아한다.
중요한 건 빈도가 아니라 질이다. 2주에 한 번 깊은 대화를 하는 게 매주 형식적으로 만나는 것보다 낫다. 물론 이건 팀 문화에 따라 다르고, 리드와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1:1 끝나고 나서 짧게 메모를 남기는 거다. "오늘 리드가 해준 말 중에 핵심은 이것"이라고 한 줄만 적어놓는다. 나는 노션에 1:1 로그를 쌓고 있는데, 3개월쯤 지나고 쭉 보면 대화의 흐름이 보인다. "3개월 전에는 이걸 고민했구나, 지금은 해결됐네"라는 식으로. 이게 커리어를 되돌아볼 때도 유용하고, 연봉 인상이나 성과 평가 때 자기 어필 자료로 쓸 수도 있다.
요즘은 1:1이 기다려질 때가 있다. 일주일 동안 일하면서 "이건 1:1 때 물어봐야지"라고 메모해둔 게 있으면 그렇다. 그 메모가 없는 주에는 여전히 좀 부담스럽지만, 최소한 "오늘은 뭘 말하지?"에서 "이번 주는 별일 없었으니 짧게 가자"로 바뀐 것만으로도 꽤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리드가 바뀌면 또 처음부터다. 전 리드와 잘 맞았던 방식이 새 리드한테는 안 통할 수 있다. 사람마다 1:1에 대한 기대가 다르니까. 새 리드가 오면 "1:1에서 어떤 얘기를 주로 하면 좋을까요?"라고 먼저 물어보는 것도 좋은 시작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