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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가 만든 1인 SaaS 수익화 과정

June 3, 2024

startupessay

사이드 프로젝트를 여러 개 만들었다. 대부분 깃허브 리포지토리에서 잠자고 있다. "만드는 건 재미있는데 아무도 안 쓰는" 프로젝트의 무덤.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코드를 한 줄도 쓰기 전에, 사람들이 돈을 낼 문제인지부터 확인하는 것.

아이디어: 문제에서 시작#

기술이 아니라 문제에서 시작했다. 직접 겪은 문제.

프리랜서 프로젝트를 할 때 견적서를 만드는 게 귀찮았다. 매번 구글 시트를 복사해서 수정하고, PDF로 변환하고, 메일로 보내고. 프리랜서 개발자뿐 아니라 디자이너, 마케터도 비슷한 고충이 있을 거라 추측했다.

"프리랜서를 위한 간단한 견적서 생성 도구." 이 한 문장이 아이디어였다.

검증: 코드 전에 고객#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코드를 쓰고 싶다. 그 충동을 참았다.

대신 두 가지를 했다.

1. 대화. 프리랜서 커뮤니티(디스코드,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견적서 어떻게 만드세요?"라고 물어봤다. 10명과 대화했다. 8명이 "구글 시트나 한글 파일로 만든다"고 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쓸 의향이 있나요?"에 대부분 "월 5천 원 정도면 쓸 것 같다"고 답했다.

2. 랜딩 페이지. 제품이 없는 상태에서 랜딩 페이지만 만들었다. 핵심 기능을 설명하고, "출시 알림 받기" 이메일 수집 폼을 넣었다. 1주일 만에 120명이 이메일을 남겼다.

120명이면 된다. 만들자.

MVP: 최소한만#

개발자의 함정은 "기능을 더 넣고 싶은 욕구"다. 결제 연동도 넣고, 대시보드도 만들고, 다국어 지원도 하고 싶다. 전부 참았다.

MVP에 넣은 기능은 딱 세 가지:

  1. 견적서 템플릿 선택
  2. 항목·금액 입력
  3. PDF 다운로드

로그인도 없었다. 데이터 저장도 없었다. 들어와서 입력하고 PDF로 받고 끝. 기술 스택은 Next.js + Tailwind CSS. 데이터베이스도 필요 없었다. 2주 만에 만들었다.

출시와 첫 반응#

이메일을 모아뒀던 120명에게 출시 알림을 보냈다. 첫 주 방문자 89명, 실제 사용자(PDF 다운로드) 34명.

피드백이 들어왔다. "저장이 안 돼서 다시 입력해야 하는 게 불편해요", "로고를 넣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보낸 견적서를 관리하고 싶어요".

피드백 중 가장 많이 언급된 것부터 구현했다. 저장 기능(이제 DB가 필요해졌다), 로고 업로드, 견적서 목록.

유료 전환#

무료로 2개월 운영하면서 사용자를 모으고 피드백을 반영했다. 200명 정도가 꾸준히 쓰고 있을 때 유료화를 시작했다.

가격 전략: 무료 플랜은 월 3건까지, 유료 플랜(월 5,900원)은 무제한 + 로고 + 커스텀 템플릿.

유료 전환 첫 달: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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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익: 7 × 5,900 = 41,300원

4만 원. 서버 비용 빼면 남는 게 거의 없다. 하지만 처음으로 "내가 만든 것에 돈을 내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이 의미가 있었다.

성장#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유료 구독자가 43명이 됐다. 월 매출 약 25만 원. 아직 커피값 수준이지만, 안정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이었던 성장 채널은 블로그 SEO였다. "프리랜서 견적서 쓰는 법", "견적서 양식 무료" 같은 키워드로 검색 유입이 들어왔다. 유료 광고는 효과가 없었다. 단가 대비 전환율이 나오지 않았다.

입소문도 있었다. "이거 편하다"고 다른 프리랜서에게 추천하는 사용자가 생기면서 자연 성장이 생겼다.

배운 것#

코드보다 문제가 먼저다. 기술적으로 멋진 제품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이 팔린다. MVP의 코드는 부끄러운 수준이었지만, 사용자는 코드를 보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출시한다. 2주짜리 MVP를 출시하는 게, 6개월짜리 완성품을 준비하는 것보다 빠르게 시장을 검증한다.

개발자의 시간은 비싸다. 1인 SaaS에서 가장 큰 비용은 서버비가 아니라 개발자인 내 시간이다. 시간당 가치를 환산하면, 어떤 기능을 직접 만들지 말고 외부 서비스를 붙일지 판단이 달라진다.

수익은 느리게 온다. 1달 만에 수익을 기대하면 좌절한다. 6개월, 1년을 바라보고 꾸준히 개선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월급 외의 소득이 생긴다는 건 심리적으로 다른 의미가 있다.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내가 만든 가치에 사람들이 돈을 낸다"는 경험. 이건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것과 질적으로 다른 종류의 성취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