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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개발자의 체력 관리

November 28, 2021

essayhealth

20대에는 체력이 무한한 줄 알았다. 새벽 3시까지 코딩하고 다음 날 출근해도 버텼다. 주말에 몰아서 자면 회복됐다. 운동은 안 해도 별문제 없었다.

30대가 되니 달라졌다. 오후 3시만 되면 집중력이 뚝 떨어진다. 목이 뻣뻣하고, 허리가 뻐근하고, 눈이 뻑뻑하다. 코드를 한 시간 집중해서 보면 피로가 훅 온다. 20대 때는 몰랐던 종류의 피로다.

앉아 있는 시간의 문제#

개발자는 하루 평균 8~10시간을 앉아 있는다. WHO가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사람은 심혈관 질환, 당뇨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하는 그 카테고리에 정확히 들어간다.

그런데 가장 먼저 체감하는 건 질병이 아니라 생산성 저하다. 몸이 뻣뻣해지면 머리도 뻣뻣해진다. 허리가 아프면 코드에 집중이 안 된다. 체력은 건강 문제이기 이전에 생산성 문제다.

운동: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헬스장 등록 → 한 달 다니다 → 그만두기. 이 사이클을 세 번 반복하고 나서 깨달았다. 거창한 루틴은 오래 못 간다.

지금 하고 있는 건 단순하다:

아침 산책 20분. 출근 전에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이게 의외로 효과가 크다. 햇빛을 쬐면 세로토닌이 올라간다는 과학적 근거를 떠나서, 아침에 밖을 걸으면 머리가 깨끗해지는 느낌이 있다. 코딩 문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산책 중에 떠오를 때가 많다.

점심 후 10분 걷기. 점심을 먹고 바로 자리에 앉으면 졸리다. 10분만 걸으면 오후 집중력이 확연히 다르다.

주 2~3회 간단한 근력 운동. 집에서 스쿼트, 푸시업, 플랭크. 20분이면 끝난다. 헬스장까지 가고 오는 시간, 옷 갈아입는 시간을 합치면 2시간인데, 집에서 하면 20분이다. 지속 가능하다.

자세와 환경#

의자와 모니터 높이를 조절하는 게 생각보다 중요했다.

모니터 높이. 눈높이와 모니터 상단이 같은 높이에 오도록 모니터 암으로 조절했다. 이전에는 모니터를 내려다보는 자세였는데, 그게 목 통증의 원인이었다.

50분 작업, 10분 휴식. 뽀모도로 기법을 쓰고 있다. 50분 동안 집중하고, 10분 동안 일어나서 스트레칭한다. 처음에는 흐름이 끊길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50분을 더 집중하게 된다. 무한정 앉아 있으면 2시간째부터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10분 쉬고 돌아오면 리셋된다.

눈 관리. 20-20-20 규칙. 20분마다 20피트(6미터) 떨어진 곳을 20초간 바라본다. 솔직히 매번 지키지는 못하지만, 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눈 피로가 줄었다.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보다 이게 더 효과적이었다.

수면#

생산성을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잘 자는 거다. 7시간 자고 8시간 일하는 게, 5시간 자고 10시간 일하는 것보다 산출물이 많다. 수면이 부족하면 코드 품질이 떨어지고, 버그를 만들고, 디버깅에 더 오래 걸린다.

밤 11시에 핸드폰을 내려놓는 습관을 들였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2주 정도 지나니 익숙해졌다. 잠들기 전 SNS를 보는 대신 책을 읽는다.

카페인은 오후 2시 이후로 끊었다. 예전에는 오후 4시 커피를 당연하게 마셨는데, 이걸 끊으니 수면 질이 달라졌다.

건강을 투자로 보기#

개발자 커리어는 마라톤이다. 20년, 30년 일해야 한다. 체력이 바닥나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지속할 수 없다.

건강 관리를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 시간에 코딩을 더 하면 성장이 빠를 거라고. 그런데 건강한 상태에서 6시간 집중하는 게, 피곤한 상태에서 10시간 버티는 것보다 낫다는 걸 체감하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운동하고, 잘 자고, 제대로 먹는 건 뺄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 장기 생산성을 위한 투자다. 30대가 돼서야 이걸 알았다는 게 좀 아깝지만, 40대에 알게 되는 것보다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