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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블로그가 나에게 가져다 준 것들

April 7, 2025

essaycareer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배운 것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런데 글이 쌓이면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채용 연락#

글이 20개쯤 됐을 때 첫 채용 연락이 왔다. "블로그 글을 보고 연락드립니다. 관심 있으시면 커피챗 하실래요?"

이력서에 "React 3년 경험"이라고 적는 것과, 블로그에 React 관련 트러블슈팅 글이 10개 있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주장이고, 후자는 증거다.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 블로그는 이 사람이 실제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미리 볼 수 있는 창구다.

이직할 때 블로그가 도움이 된 건 맞지만, 채용 연락을 받기 위해 블로그를 쓴 건 아니다. 부수 효과가 본래 목적보다 커진 경우다.

네트워킹#

글을 쓰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찾아온다.

특정 라이브러리에 대한 글을 썼더니, 그 라이브러리 메인테이너가 트윗으로 공유해줬다. 거기서 대화가 시작되어 몇 번 기술적인 논의를 했다. 이런 연결은 밋업에 열 번 가도 만들기 어렵다. 글이 명함 역할을 한다.

컨퍼런스 발표 기회도 블로그에서 왔다. 블로그에 쓴 주제로 발표 제안을 받았다. 발표 자료를 만들 때도 블로그 글이 뼈대가 돼서 준비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생각 정리 도구#

사실 이게 가장 큰 가치다.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하면,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명확해진다.

"React의 렌더링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안다"고 생각했다. 글로 쓰려고 하니까 빈 구멍이 보였다. Virtual DOM의 diffing 알고리즘, fiber 아키텍처, concurrent features — 대략 알지만 정확히는 모르는 부분이 드러났다. 그걸 채우면서 이해가 깊어졌다.

Leslie Lamport의 말이 맞다. "글 없이 생각하면,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할 뿐이다."

예상 못한 것: 사이드 수익#

블로그 글을 기반으로 인프런에 강의를 올렸다. 블로그에서 반응이 좋았던 주제를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강의 콘텐츠로 만든 거다. 처음부터 강의를 만들었으면 "이 주제가 수요가 있을까?"를 몰랐을 텐데, 블로그에서 이미 검증이 됐으니 자신 있게 만들 수 있었다.

금액이 크진 않지만, "내가 아는 것에 사람들이 돈을 낸다"는 경험은 자기 가치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다.

힘든 점#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시간. 글 한 편에 4~8시간이 든다. 주제 선정, 조사, 초고, 퇴고, 코드 예시 검증. 퇴근 후에 이 시간을 내는 건 쉽지 않다. 블로그를 유지하려면 다른 뭔가를 포기해야 한다.

반응 없음의 괴로움. 공들여 쓴 글에 반응이 없으면 허탈하다. 조회수 20, 댓글 0. "이걸 왜 쓴 거지?" 싶어진다. 그래서 조회수에 연연하면 오래 못 간다. 미래의 나를 위해 쓴다고 생각하면 좀 낫다.

완벽주의 함정. "이 정도 품질로 올려도 되나?" 매번 고민한다. 그러다 임시 저장에 글이 쌓인다. 발행하지 않은 글은 가치가 0이다. 70점이어도 올리는 게 낫다.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블로그를 시작하려면 플랫폼 고르기, 디자인, 도메인 설정 같은 것에 시간을 쓰지 말고 그냥 글부터 쓰라고 말하고 싶다. velog든 tistory든 notion이든 상관없다. 플랫폼은 나중에 바꾸면 되지만, 쓰는 습관은 시작하지 않으면 안 생긴다.

첫 번째 글의 주제? "오늘 해결한 버그." 그거면 충분하다.

블로그는 장기 투자다. 첫 6개월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수 있다. 1년이 지나면 검색 유입이 생기기 시작하고, 2년이 지나면 글이 쌓여서 의미 있는 포트폴리오가 된다. 복리처럼, 시간이 갈수록 효과가 커진다.